2주간의 유럽여행 소감

로마 – 피사 – 피렌체 – 베른 – 파리.
퇴사 이후 인생 처음으로 유럽여행을 다녀왔다.
유럽에 대한 환상은 오래전에 사라졌고, 여행도 꽤 오래전 질린다고 생각한 후, 다시는 갈 일이 없을거라 생각했었는데, 이전 회사 동료의 추천으로 가게되었다. 사실 그리스를 가서 산토리니를 구경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지만, 여러가지 사정으로 로마에서 파리로 향하는 여행을 하기로 결정했다.
주위에 7개월 정도의 유럽여행을 하면서 대부분을 다 돌아봤다는 지인이 있었기에, 꽤 많은 사전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었다.
첫 여행은 패키지가 좋다고 들었지만, 그럴 생각은 딱히 없었고, 원래 혼자 여행하는걸 선호하는 편이라, 혼자서 티케팅과 호텔 예약, 여행 동선을 짜서 다녀오기로 했다.

별다른 기대 없이 출발한 여행이었지만, 도착한 로마의 첫 인상은 제법 괜찮았다.
로마의 단점이라면 숙소가 너무 비용이 비싸다는 점이었고, 나는 숙소가 중요한 사람이란 생각을 거기서 하게되었다.
유럽에서 그래도 관심이 갔던 것이라고 한다면, 주로 성당이었다.
처음 도착해서 구경한 콜로세움, 포로로마노보다 산타마리아 마조레 성당의 웅장함, 성당 내부의 수많은 장식들의 아름다움을 감상했던 것 같다.
여행은 예정했던 일정과는 조금은 다르게 진행되었지만,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웠다. 특히 바티칸에 있는 정원과 성 베드로 성당은 장관이었다. 처음 보았던 산타마리아 마조레 성당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의 규모와 웅장함에 “압도당했다” 라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든다.
로마에서의 일정은 여유로운 편이었다. 로마엔 생각보다 훨씬 많은 성당이 있었고, 나중에는 작은 성당들은 똑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기에, 여유롭게 돌아다니며 공원에서 독서를하고, 거리를 걸으며 시간을 보냈다.

유럽에서는 소매치기를 조심하라는 얘기를 들었었다. 팔찌 사기도 주의하라는 말을 들었다. 그리고 정말 조심했다.
유명한 관광지마다 흑인들이 많았다. 그리고 아는체 하며 반갑다는 듯 다가왔다. 하지만 전부 무시했다. 지인이 알려준 이야기 때문이다. 그런식으로 주의를 끌고 다 털어간다고. 혹은 팔찌를 강제로 채워서 강매하는등의 일이 벌어진다고.
실제 보고나니 흑인이 좀 무섭게 느껴졌다.

피렌체의 일정도 비슷했다. 피사는 당연히 피사의 사탑을 구경하는 정도였고, 산타크로체 성당은 주말 미사로 볼 수 없었지만, 옆에있는 박물관에 기대 없이 들어갔다가, 제법 만족감을 얻고 나왔다.

이탈리아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유레일을 타고 베른으로 넘어가는데 문제가 생겼다. 유레일은 종류에따라 티켓이 있더라도 별도의 좌석 예매가 필요하다. 기대했던 지하철 처럼 타고다니는 열차와 달리, 정해진 열차를 정해진 시간에 타야하는 경우가 생겼는데, 베른까지 거리는 제법 됐기 때문에, 환승이 많이 필요했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했다. 이탈리아는 유레일 지연이 굉장히 잦은 편이라는 것. 결국 30분 이상 열차의 지연이 발생했다. 다행히(?) 좌석 예매를 해 둔 열차는 한대 뿐이었고, 공교롭게도 그 열차에서 지연이 발생한 것이라, 비싼 좌석 예매비용을 날리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문제가 생기면 뭐 보상이야 해 주겠지만, 일이 복잡해질테니). 하지만, 이후 환승해야할 열차들의 시간표가 꼬이면서 예정보다 더 늦게 베른에 도착할 수 밖에 없었다.

베른의 숙소는 나쁘지 않았다. 직원이 친절한 편은 아니었지만, 청결하고 편안한 숙소였다.
아침 일찍 체크아웃하고 베른의 일정을 시작했는데, 베른은 정말 금방 다 본 것 같다. 오전중에 웬만한 곳들은 다 돌아보고, 다음 목적지인 프랑스 스트라스부르도 그리 오래걸리지 않아서 여유가 있었다. 아쉬웠던건 뮌스터 방문이었다.
뮌스터는 엄청나게 웅장했다. 그리고 새로웠다. 건축양식이 로마와는 또 달랐기 때문에, 기대에 부푼 마음으로 가서 주변을 먼저 둘러봤다. 오픈시간까지는 조금 시간이 있었기 때문이다.
오픈시간에 빠르게(?) 달려간 내 마음은 거기서 산산조각 났다.
1인은 들어갈 수 없다는 사실을 거기서 알게되었기 때문이다. 도대체 왜? 라는 의문이 떠나질 않아 물었더니, “자살 방지를 위해서 입니다” 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걸까.
뮌스터는 탑 윗쪽까지 올라갈 수 있기 때문에, 그런 일이 발생한 적이 있는건 아닐까, 추측만 하며, 아쉬운 마음을 달래며 뮌스터를 떠났다. 베른의 곰공원이나 아인슈타인 생가, 주변의 강과 건물으 조화로운 풍경은 정말 만족스러웠는데.
아쉬운 마음을 뒤로한 채로, 스트라스부르를 향한 열차에 올랐다.

스트라스부르에서의 일정은 상당히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비교적(?) 깨끗한 도시, 아름다운 풍경과 웅장한 노틀담성당.
하룻밤 자고 곧 파리로 나와야했지만, 노틀담성당 옆의 박물관이나, 알자스박물관등도 괜찮았다. 알자스라는 이름은 어릴때 읽었던 소설 “기암성” 에서 본적이 있어 친숙했다. 알자스-로렌지방의 독일과의 영토분쟁에 대한 이야기가 아주 조금 실려있었던 기억이 있다. 소설에서 본 지역을 직접 와 본 소감은, 소위 말하는 “성지순례”의 느낌이었다.

스트라스부르의 좋은 기억을 모두 망친건 파리였다.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섣불리 잡은 숙소는 정말 실망이였다. 2성급 호텔. 말이 호텔이지 여관이었다. 에어컨도 없고, 청소가 제대로 되지않아 첫날밤 잠을 못잤다. 진드기때문에 몸이 가려워졌기 때문이다. 유럽에는 베드버그(빈대)가 다시 극성이라고 한다. 그래서 걱정이었다. 빈대에 감염(?) 되면 답도 없다. 진짜 초가삼간 태워야 하는 일이 발생하기 때문. 하지만 증상이 그렇게 심하지 않았다. 다음날 숙소를 바꿔달라 요청하고, 파리의 명소들을 돌았다. 베르사유궁전, 루브르박물관, 몽마르뜨 언덕과 성당. 유명한 광장과 관광 명소들은 괜찮았다.
베르사유궁전은 내 취향은 아니었고(프랑스 건물보다 로마의 건물, 혹은 스위스의 독일식 건물들이 더 취향이었다), 루브르박물관은 너무 커서 하루에 다 볼 수 있는 양이 아니었지만, 전반적으로 괜찮았다. 하지만 거리에 넘쳐나는 쓰레기, 무단횡단은 이런것들에서 얻은 이미지를 많이 깎아내렸다(사실 로마도 비슷하게 지저분했고, 사람들의 무당횡단이나 이런건 좀 별로였는데, 다른 분위기가 더 편향된 시각으로 파리를 바라보게 한 것 같다).

여행을 다니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여행이 뭘까?”
이렇게 다녀온 관광이 여행일까? 그럴수도 있다. 어떤 여행가들 처럼 어떤 장소에 가서 조금은 긴 시간동안 살며 그들의 삶을 체험하는것이 여행일까? 그럴수도 있다. 아마 정답은 없으리라 생각한다. 사람마다 여행의 정의는 다 다르고, 여행하는 이유도 다르다.
혼자서 여행하는걸 추천하는 사람들이 많다. 여럿이 여행하는것과 혼자 여행하는건 뭐가 다를까? 자신의 여행에 대한 정의나 태도가 더 중요한게 아닐까 싶다. 물론 기회나 환경의 얘기를 하자면 조금더 좋고 나쁜건 있을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꼭 그렇다고 할 수 없는건 아닐까.
여행에서 꼭, 반드시, 뭔가를 얻어야 하는걸까? 인생의 많은 부분을 교훈을 얻기위해 사는 태도 역시 개인적으로는 조금 지양하고 싶은 부분이다. 삶은 짧다. 그리고 바로 다음 1초후의 일도 사실우리는 알 수 없다. 예측할 뿐. 당장 1초후에 내가 심장마비로 사망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지금을 즐기는 것. 현재의 삶에 충실한 태도가 더 중요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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